쵸로마츠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멋대로 가방을 맡기고 교무실로 불려간 오소마츠가 나오질 않는다. 하늘의 상태가 영 안 좋은 것이 조만간 왕창 비를 쏟아낼 것 같은데 이 망할 장남은 대체 뭘 했길래 교무실에 불려가 여직 돌아오지 않는가. 아마 이제 스무 번쯤 쉬었을 한숨을 다시금 토해내며 쵸로마츠는 제 가방과 오소마츠의 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비는 질색이다...
푸름아. 일어나야지, 푸름아. 살살 어깨를 흔드는 손길에 눈을 뜨면, 익숙한 천장이 제일 먼저 보이고, 그 다음으로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릴 것처럼 부드럽게 웃는 얼굴에 푸름은 아직 잠이 덜 깼음에도 살풋 웃어보였다. 자, 일어나자. 내밀어오는 손에 손을 뻗어 잡아 몸을 일으킨 푸름은 졸음이 묻어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볐다. ...
모티브 원주소 :【手描きおそ松さん】さみしい子 http://www.nicovideo.jp/watch/sm28023548 +자막 : https://www.youtube.com/watch?v=N81BmEwaheU 왜 도망쳤어? 멍멍한 귓속으로 파고드는 거친 목소리에 눈동자를 굴렸다. 광기어린 얼굴이 보인다. 나와 똑같이, 비틀어진 표정. 마주친 눈동자의 동공이 ...
쵸로마츠는 예전부터 잔병치레가 잦았다. 정확히 말하면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부터. 이대로 지내도 되는 걸까 싶은 마음에 바꾼 생활패턴과 습관들이 의도치 않은 스트레스를 자아내고 곧 그것이 감기나 신경성 위염 같은 잔병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뭐, 원체 면역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었지만. 몸살기운에 오한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몸을 애써 움직이며 쵸로마츠는 항상 하...
작은 도서관. 티엔은 외딴 시골에 하나 있는 작은 도서관의 사서이자 주인이었다. 돈과 명예를 위해 애쓰던 일상에 치이고 지쳐, 몇 푼의 돈과 몇 줄의 연으로 세운 도서관이었다. 이 외딴 시골 마을은 아이도, 어른도 그다지 많지 않아 집들을 다 더해도 채 50가구가 못되었다. 티엔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은 피곤하다. 사람이 많을수록 더 피곤했고, 쉬...
비가 내리는 날이면, 백건은 항상 내게 시선을 주곤 했다. 밥을 먹을 때든, 수련을 할 때든, 여유롭게 놀고 있을 때든, 언제 어디서든 간에 그는 내 쪽을 유심히 주시하는 것이다. 어떠한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건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저 시선을 두었다.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하는 건 당연한 것처럼. 그 날. 그 때의 일이 무의식중에 어른거리기...
단내가 코를 찔렀다. 복숭아 특유의 달큼한 향이 거실에 은은하게 채우고 있었다. 백건은 식욕을 돋우는 그 향에 무심코 입맛을 다시며 그의 앞에 앉아 복숭아 껍질을 까고 있는 제 소꿉친구의 뒤통수를 응시했다. 식칼이나 과도를 쥐는 일은 청룡이 하던 일 아니었나, 싶은 생각에 슬쩍 눈을 굴리면 방으로 들어가 버린 것인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 자고 있겠지...
“…푸름이 네가 만든 거야?” “으, 응…….” 식탁 위에 놓인 접시의 내용물을 보며 규연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입가가 잘게 씰룩이는 것이 꼭 웃음을 참는 것 같았다. 푸름은 그런 규연의 표정을 살피며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거나, 손가락을 꼼지락 거릴 뿐이었다. “…응, 맛있겠다.” 헛기침을 몇 번 하고, 웃음기가 서린 목소리로 나오는 말에 푸름은 기어이 ...
일주일에 두 번. 상담 겸 치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가 있다. 아이가 미쳐가는 것 같다며 병원에 다니게 한 아이의 부모에게도 아이가 왜 미쳐가는 것 같은 지에 대한 말은 듣지 못했다. 스가와라는 아이에 대한 기본 사항이 적혀있는 차트를 차근차근 훑어보면서 맞은편 소파에 파묻히듯 앉아있는 아이에게 흘끗 시선을 주었다. 아이는 조용했다. 처음 저 소파에 앉았을 ...
그 여름. 매미소리가 시끄러웠다. 귀를 징징 울리는 매미소리와, 땅에서 일어나 시야를 울렁이게 만들던 아지랑이가 유난히 기억에 남았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덥던 더위였다. 너는 그 틈에서 웃고 있었다. 항상 짓던 그 바보같이 해맑기만 한 웃음이 아니라, 가슴에 스며드는 그런,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었다. 휘어진 눈매가 이상하게 가슴을 울렸고 ...
네 눈빛이 점점 건조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카게야마는 볼을 돌리던 손을 멈추고 그보다 앞쪽에서 리시브 연습을 하고 있는 히나타를 응시했다.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상한 점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그 모습을 주시하던 카게야마는 슬며시 미간을 찌푸렸다. 히나타가, 자신을 보지 않는다.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길어야 한 달일까. 시선이 느껴져 문득 고개...
히나타가 죽었다. 교통사고라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에, 차에 치였다고.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한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엔 잘도 빨빨거리며 돌아다녔으면서 고작 차에 치여 죽었냐고. 그런 생각이 들어 한참동안 말을 잃었었다. 히나타가 죽었다던 그 시간보다 조금 전, 말다툼을 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열을 올리며 싸우다가 해서는 안 될 말까지 뱉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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